RESEVATION

이용후기 롤토토

작성자 : 이필창 l 등록일 : l 조회수 : 38

석준과 동진의 격한 장난은 준형이 그것을 허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선을 넘으면 안 된다. 준형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선. 하지만 그 선은 산호에게만 조금 더 높았다. 그 덕분에 산호는 계속해서 자신이 준형에게 조금은 특별한 존재라고 자위할 수 있게 되었다. 봐주는 건 그때가 끝이라고 했으면서. 산호는 고작 그 말 한 마디를 소중하게 간직하며 행복하게 진창에 쳐박혔다.

멍청한 유산호가 어떻게 그 달콤한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도준형은 산호를 살살 달래서 스스로 엉덩이를 벌리게 하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산호가 원하는 것을 미끼로 목줄을 걸면서도 결코 미끼를 전부 넘겨주지 않는다. 사람들 앞에서 미묘하게 산호를 챙긴 후에는 자리를 옮겨 다정한 얼굴로 산호의 입에 제 성기를 밀어 넣었다. 찰나의 다정함은 산호의 갈증을 아주 조금씩만 해소해주었다. 준형은 그 얄팍한 다정함에 산호가 매달리는 것을 기꺼워하면서도 제 기분이 상하면 아쉬울 것 없다는 듯 목줄을 던져버렸다. 그럴 때는 산호가 스스로 목줄을 입에 물고 그의 손에 쥐여 줘야만 화를 풀었다. 비참한 구걸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도준형이 받아주는 순간은 구원 같았다. 산호는 도저히 그런 도준형에게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산호가 유난히 아픈 것을 싫어하고, 겁이 많다는 점이었다. 산호는 차츰 마음을 죽였다. 제 사랑에 가망이 없다는 것을 체감할 때마다 조금씩 체념이 짙어졌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이별 따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은 사랑을 하면서도 지칠 수 있었다. 사람이 사랑을 하면 그 상대를 닮아간다던데 그게 맞는 말 같았다. 산호는 이제 사랑과 섹스를 조금씩 분리할 수 있게 되었다. 제가 몸이 닳도록 사랑했던 준형처럼. 그러니까 언젠가는 이 지지부진한 짝사랑의 끝도 산호를 찾아올 것이라 믿었다. 믿지 않으면 희망이 없었다.

* * *

그리고 산호의 체념이 짙어질수록 준형의 태도가 모호해졌다.

“간만에 짜장 땡기자니까?”

“산호 너는.”

“난 다 괜찮….”

“…….”

“…햄버거?”

“그래. 날도 더운데 뭔 짜장이야. 햄버거로 때우자.”

이전에는 롤토토 적이 없었다. 제가 먹고 싶은 것을 산호와 둘이 먹으러 가는 식으로 산호를 특별 대우하던 준형은 이제 산호가 먹고 싶은 걸 모두에게 먹이는 식으로 변했다. 곤란했다. 산호는 어떤 메뉴든 다 괜찮았다. 짜장이든 짬뽕이든 무얼 먹어도 입안이 깔깔한 것은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러나 준형의 미간이 찌푸려져서 대충 다른 메뉴를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도 처음에는 가시방석에 올라앉은 것 같았다. 짜장면을 먹자던 동진에게 눈짓으로 미안함을 전하던 것도 한두 번이었다. 산호는 이제 가시방석조차 익숙했다.

산호도 알았다. 준형의 마음이 산호의 마음과는 다르다는 것을. 그러나 산호는 쉽게 마음을 정리할 수 없었다. 실망과 체념으로 시퍼렇게 멍이 든 마음은 그래도 작은 희망을 놓지 못하고 끈질기게 산호를 흔들었다. 산호는 이제 폭력보다도 끈질기게 사라지지 않는 희망이 더 무서웠다.

“아, 나 시계 좀.”

“응?”

아직 완전한 여름도 아닌데 더워서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날씨였다. 산호는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얼마 남지 않은 콜라를 마시고 있었다. 준형은 여전히 때때로 산호를 설레게 했다. 가만히 있다가 제 손목에 찬 메탈 시계를 풀어 산호에게 맡기고는 얼음이 녹아 미지근해진 콜라를 리필해 와서 산호의 앞에 놓아준다.

준형이 차고 다니는 시계는 산호가 인터넷으로만 보던 명품 브랜드의 제품이다. 준형이 산호에게 맡기지 않았다면 아마도 만져볼 기회조차 없었을. 산호는 준형이 다시 자리에 와 앉자마자 다시 시계를 내밀었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