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VATION

롤 벤픽후닫 이용후기

작성자 : 라일락 l 등록일 : l 조회수 : 33

로제의 말이 끝나자마자 황제가 호탕한 웃음을 내뱉었다. 맹랑하게 덤비는 로제가 흥미로운 모양이었다. 롤 벤픽후닫, 황제의 웃음소리는 명백히 비웃음이 섞인 소리였다. 방 안을 가득 채우던 웃음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황제는 로제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게임을 하자고?” “네, 그렇습니다.” 로제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황제가 제 제안을 충분히 거절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끄러미 로제를 내려다보던 황제. 그가 오묘한 눈빛을 보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게임이야 할 수 있지.” 황제는 말끝을 흐리며 로제에게 한 발 더 다가가 갔다. 그러고는 슬쩍 상체를 내려 로제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오지 마.’ 부담스러운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싶지 않았다. 순간 표정 관리를 못 할 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하지만 싫군.” “!” 황제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자 로제는 마른침을 꼴깍 넘어 삼켰다. “왜 싫으신 겁니까? 게임에서 이기신다면, 폐하의 정부가 되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싫은 거네.” 안 그래도 가까웠던 황제의 얼굴이 점점 로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짐이 이겨도 별 소득이 없지 않은가. 정부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정부가 되는 걸 고민해 보겠다고 하니 말일세.” 로제는 정부가 되는 걸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 정부가 된다고 하지 않았다. 황제는 그 부분을 꼭 집어서 얘기했다. “승부를 걸고 싶다면 제대로 걸게. 가소로운 수 쓰지 말고.” “네. 그러죠.” 로제의 곧은 눈동자가 황제를 향했다. “게임에서 지면 폐하의 정부가 되어드리겠습니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방 안을 조용히 울렸다. 로제의 목소리에 황제의 입꼬리가 절로 샐쭉거렸다. ‘요망한 녀석이군.’ 아직 게임에서 이기지도 않았지만, 로제가 제 여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하면 폐하께서는 무엇을 거시겠습니까?” 로제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저는 제 인생을 걸었으니, 폐하께서도 그에 합당한 무언가를 내놓으셔야죠.” “무슨 게임을 하는지 먼저 말해주는 것이 예의 아닌가?” 황제는 단 하나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심보로 얘기했다. “게임은 제가 제안해도 되겠습니까?” “아니, 짐이 하지.” 황제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로제에게 그 어떤 빌미도 주지 않겠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열흘 안에 사랑스러운 내 조카 루카스가 죽을지, 안 죽을지 맞춰 보겠나. 나는 루카스가 죽는다는 것에 걸겠네.” 황제는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추켜올렸다. 아르테움 대공도 죽이고, 로제도 가지겠다는 심보였다. 살인 혐의를 쓴 대공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아니, 실은 대공이 죽는다는 것이 황제에게는 기정사실이었다. 황제는 얌전히 앉아 있는 로제를 훑었다. ‘불같이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얌전하군.’ 로제는 황제의 말에 그 어떤 동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싱긋이 웃음까지 지어 보였다. “그렇다면 저는 죽지 않는다는 것에 걸어야겠군요” 담담한 말투에 황제가 두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는 애초에 대공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이 게임은 보나 마나 자신의 승리였다. 한데…… 어딘가 찜찜했다. 로제는 어째서 이렇게 초연한 걸까. 대체 무얼 믿고서 이리 당당하게 구는 걸까. ‘이상하군.’ 대공이 절대 죽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저 자신감. 그것이 황제를 거스르게 했다. ‘재판을 승소로 이끌만한 중요한 증거라도 잡아나 보지?’ 그것이 아니라면 저리 당당할 리가 없겠지. 황제의 두 눈이 희번득하게 빛났다. ‘……뭐, 상관없어.’ 아르테움 대공이 무죄로 나올 리가 없었다. 설사 예상치 못한 일로 무죄로 풀려난다 한들, 황제는 그를 죽일 것이다. 아르테움 대공도 없애고, 로제도 얻고. 황제에겐 나쁠 게 없는 조건이었다. “대공님이 살아남으면, 폐하께서는 무엇을 내려놓으시겠습니까?” 생각에 잠겨 있던 황제. 그는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짐이 내기에서 진다면 자네의 남자가 되어 주겠네.” 능글맞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짐의 정부가 되겠다는 자네와 똑같이 말일세.” 방긋 웃는 눈가 옆으로 자글자글 주름이 잡혔다. 황제는 단 한마디도 허투루 내뱉지 않았다. 자신이 뻔히 이길 판이었지만, 그 어떤 손해도 보지 않겠다는 태도로 임했다. 황제는 아주 능글맞은 사람이었다. 선 황제를 지지하던 귀족들을 제 편으로 만들고, 황권을 휘어잡았다. 지금까지 이 자리를 괜히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황제는 로제를 향해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아르테움 대공은 죽을 거야.’ ‘갈 곳 없는 너를 받아 줄 테니 내 여자나 돼.’ 협상의 여지는 없었다. 황제는 다 이긴 판이 뒤집히길 원치 않았다. 로제는 피식, 하는 웃음을 내비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들었다. “폐하는 참으로 겁이 많으십니다.” 낭랑한 목소리가 황제의 귀에 꽂혔다. “이리도 몸을 사리실 줄은 몰랐습니다.” 도발하는 듯한 로제의 말에도 황제는 입꼬리만 비죽이 올릴 뿐이었다. “그딴 방법으로 짐을 도발하려 들지 말게. 자네의 수는 훤히 다 보이니까.” “도발로 생각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그저 제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뿐이니까요.” 로제와 황제의 두 눈이 공중에서 맞부딪쳤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둘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황제였다. “그래. 자네가 원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황제가 못 이기는 척, 입을 열었다. “루카스의 묘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내 그리하겠네. 원칙적으로 죄인의 묘는 만들지 않지만, 넓은 아량을 베풀 수는 있네.” “게임은 제가 제안하죠.” 로제는 황제의 말을 깡그리 무시한 채, 제 할 말을 했다. “폐하께서 거신 조건이 말도 안 된다는 건 잘 아시겠죠.”